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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조직문화를 죽이는 평가제도, 살리는 평가제도

2017-09-22



조직문화를 죽이는 평가제도, 살리는 평가제도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필자가 지난 12월에 번역한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라는 책은 조직문화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조직과 리더들로부터 최근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문의를 받으면서 동시에 문화를 통한 성과창출의 한계나 제약요소로 많이 지적 받는 부분이 바로 평가와 보상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것은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핵심요소이자, 동시에 조직문화는 집단가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구성원에게 감성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평가제도를 운영 하는가

조직문화라는 관점에서 평가제도를 들여다본다면 가장 먼저 '왜 우리 조직에 평가라는 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조직차원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평가의 목적을 보상이나 승진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우리 조직 내에 누가 일을 더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가려서 잘하는 사람은 돈을 더 주거나 승진시키고, 못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생각에 불가하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평가를 통해 구성원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제고하겠다는 의도 정도라고 할 수 있으나, 이것 또한 조직문화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편향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상과 승진 등의 기준으로만 인식되는 평가제도는 선의의 경쟁은 고사하고 오히려 조직 내에 불필요한 정서적 압력과 경제적 압박만을 유발하여 조직을 구조적 타성에 빠지게 하거나 구성원간의 신뢰와 협력을 저하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조직의 주도성과 창조성을 억압해 실질적인 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평가결과에 준거한 보상과 승진은 조직에서 평가의 결과를 그야말로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태'인 것이지 절대로 평가 자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우리 아이를 평가하는 목적이 아이들을 서열화해 공부 잘하는 아이를 칭찬하고 못하는 아이를 벌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황당하고 불쾌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에 대한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학습은 잘하고 있는지, 학교 생활에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또한 올바른 사회인으로서 잘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그래야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의 평가제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서 평가를 하는 것은 구성원의 역량과 성장을 확인하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개인과 조직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 위함이고, 동시에 개인의 성과들이 모여 조직차원의 성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직문화 차원의 평가제도 목적

다시 말하면 조직문화 차원에서 평가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일에 대한 몰입을 가이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시스템의 조정을 통해 조직성과의 통합적 시너지를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개인의 성장과 일에 대한 몰입 향상

먼저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일에 대한 몰입을 가이드 한다는 것은 평가가 이뤄지고 피드백 하는 일련의 과정이 구성원이 일의 즐거움(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스스로 성취해나가는 기쁨과 역량과 성과 면에서 스스로 한 발짝 나아가가고 있다는 기쁨)과 일의 의미(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이나 고객,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기쁨)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평가제도가 개인이 더 즐겁고 더 의미 있게 일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발견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직과 리더는 개인의 이러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적인 요소를 조정해나가는 역할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성과의 통합적 시너지 강화

경영시스템을 통해 조직성과의 통합적 시너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은 평가가 이뤄지고 피드백 하는 일련의 과정이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과 개별적인 성과들이 효과적으로 조직의 성과로 전환되는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경영적인 솔루션을 찾고 이를 즉각적으로 실행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단위조직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평가 결과가 높은 편인데 그 조직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역량평가나 성과평가 중에 하나 또는 둘 다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추론하고, 평가지표나 방법에서만 문제를 찾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더 많은 경우에 개인의 역량이 개인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또 개인의 성과들이 조직의 성과로 확장되지 못하는 데에는 구성원의 몰입을 저해하는 조직적인 이슈나 업무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조직성 결여Coordination Neglect, 구성원의 역량과 업무의 부조화, 조직역량의 이슈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영시스템을 조정해 나가는 활동이 평가가 이뤄지고 피드백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제도화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을 이끄는 평가제도의 원칙

앞서 말한 평가의 본질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평가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만의 합의된 평가 철학을 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물론, 조직 전체 구성원간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평가의 목적과 실행의 원칙, 그리고 그 원칙에 입각한 평가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조직마다 사업적 또는 조직 문화적 특성이나 상황적 조건에 따라 평가의 목적과 원칙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평가제도 정립과 운영상에서의 몇 가지 원칙 또는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원칙이자 전략은 "평가를 구성원 관리를 위한 무기로 사용하지 말라(3-no 원칙)"이다. 다시 말하면 ▲평가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물론, 그 결과의 활용 면에서 서열화 하지 말고No Rating System ▲금전적 보상을 위한 전제로 활용하지 말고No pay for performance ▲승진과 직접적으로 연계 하지 말라는No hierarchical title 것이다. 평가결과의 서열화는 조직 내에 부정적인 정서적 압박을 제공하고 구성원간의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위험이 있다.

또한 평가제도와 보상제도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평가는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을 가이드하고 경영시스템을 통해 조직성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가결과가 자신 또는 타인의 보상과 직결된다는 집단가정이 형성되면 구성원이 일 자체의 목적이나 성취보다는 평가항목의 요구사항을 채우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며 동시에 조직의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조직의 목적이나 성과가 아니라 구성원의 이러한 행동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평가와 승진과의 직접적인 연계는 평가의 관대화 경향, 집중화 경향을 유발하거나 승진 후보자에게 좋은 평가 성적을 양보해주는 것이 관행이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른바 '평가 돌려먹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평가 자체에 대한 조직적 신뢰가 상실되고,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 또한 상실할 위험이 있다.

 

제도상의 한계를 보완하는 운영 전략

현재의 인사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평가제도가 '보상과 승진'의 조건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면, 그로 인해 발행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와 운영전략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평가의 실행과 평가 결과의 피드백이 이뤄지는 전 과정에서 평가와 보상(또는 승진)을 완전히 분리해 소통하는 것을 제도화할 수 있다. 리더와 구성원이 소통과 합의를 통해 우리 조직만의 평가원칙을 먼저 정립하고, 조직 내에 평가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때는 평가방식과 제도의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와 미리 합의된 평가원칙과의 정합성을 먼저 논의하고 꼭 필요하다면 원칙의 일부 사항을 보완한다. 그 후에 다시 평가 원칙의 관점에서 평가지표와 방법을 재검토한다.

또한 리더가 평가에 대한 피드백이나 코칭 등을 할 때는 반드시 구성원의 성장과 몰입을 제고하는 관점에서만 소통이 이뤄지도록 하고, 보상과 승진을 위한 코칭이나 면담은 평가의 그것과는 시간과 장소, 형식에서 엄격히 분리해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예로는 보상의 기준점을 외부적인 요인이나 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성과평가보다는 구성원의 역량이나 기술평가 등에 집중하도록 평가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반드시 성과평가가 보상의 기준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기 성과보다는 기간 누적성과를 평가 기준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소극적이지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두 번째 원칙이자 전략은 "평가지표와 방법상의 정교화 보다는 평가 피드백 프로세스에 집중하라" 이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라는 옛말이 있다. 연장도 좋고 목수도 훌륭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설사 연장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목수가 훌륭하면 최소한 해야 할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장이 좋다고 하더라도 목수가 훌륭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어떤 일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평가제도에서 평가지표와 평가방법론이 연장이라면 평가제도의 피드백 시스템은 목수라고 할 수 있다.

평가지표와 방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 다소 역설적일 수는 있지만 평가의 지표와 방법론이 정교하다는 것이 정말 모두에게 좋은 것인가는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한편 평가의 지표와 방법론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과 개인이 그것을 성과와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적인 환경이 잘 돼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조직적인 환경에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조직의 인사기획 조직이나 심지어 인사컨설턴트들까지도 평가지표와 방법론을 개선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평가를 통해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성장을 견인하는 조직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일부 컨설턴트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단순히 제도에 대한 변화관리 정도로 간주하고, 어느 조직에나 동일한 방법을 참고자료 수준으로 형식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또는 이것을 평가제도의 차원이 아니라 코칭과 같은 교육부서에서 해야 할 일로 넘겨버리기도 한다. 결국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평가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와 방법상의 정교함보다는 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 노력이 핵심이 된다.

 

평가 피드백의 체계적인 구축과 정착이 필요

평가제도 피드백 시스템을 개념적으로 단순화하면 3개의 순환적 루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가는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작은 루프는 평가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평가행위를 하고 마지막으로 평가결과에 대해 피평가자와의 피드백을 통해 조정하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평가제도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이다. 그리고 중간 루프는 성과-역량 가속화 프로세스Performance & Competency Acceleration Process이다. 이것은 리더는 평가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의 역량개발과 성과 목표를 공유하고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구성원이 일상의 업무 속에서 일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면서 스스로의 역량을 제고하고 성과를 창출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피드백 해 나가고, 동시에 조직은 리더들의 이러한 일상적인 노력이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게 지속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루프는 성과-역량 칼리브레이션 제도Performance & Competency Calibration System이다. 이것은 매 평가주기마다 '평가결과'와 '단위 기간의 실제 조직성과'간의 대조를 통해 평가결과와 조직성과간의 일관성을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극적으로는 평가지표나 방법을 부분적으로 개선하거나 적극적으로는 조직의 경영시스템 관점에서의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성과-역량 칼리브레이션에서는 평가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조직차원에서 평가원칙이라는 관점에서 리뷰하고, 필요 시 평가원칙을 보완하는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그 외에 평가의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원칙과 전략으로는 ▲평가는 인사권의 행사가 아니라 리더의 본연의 역할과 책임이다 ▲평가의 중심은 일 그 자체에 있고, 그 일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평가는 실질적인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현재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