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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CJ그룹이 인재의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2019-06-18


 


 

 

한국창의성학회는 지난 3월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창의성에 관한 다이얼로그Dialogue를 주제로 '제 3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업 창의성 다이얼로그와 학교 창의성 다이얼로그의 파트로 나눠 진행됐다. 이 중에서도 기업 창의성 다이얼로그에서는 기업에서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구성원들의 창의성 증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CJ그룹의 사례를 소개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중 일부 내용을 소개해 본다.

 

 

- 기업 창의성, 훈련 부족인가, 일하는 방식의 문제인가?_ 박주용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한국창의성학회 회장

 

많은 한국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창의성을 높게 평가하지도,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는 불안한 사회 분위기와 경직된 기업문화 때문이다. 여기에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로 똘똘 뭉친 리더 조직이 더해진다면, 해당 기업에서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혁신가가 아닌 불문곡직하는 예스맨만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국내 기업의 업무 방식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업무 전 과정에 비합리성과 비효율성이 만연해 있다. 목적이나 방향성 없는 주먹구구식 추진으로 전략적 판단이 없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일단 알아서 해보라며 불명확하게 업무지시를 내린다. 자율성 없고 관행에 얽매여 업무 진행을 하라는 대로, 하던대로 하고, 열심히 했지만 노력 대비 미약한 업무 성과를 내기도 한다. 이러한 실태를 종합해 국내 기업의 업무방식 과학성을 수치화한 결과 44.8점으로 집계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비과학성이 일상화돼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각 직급에 따른 수치를 살펴본다면 어떨까? 조직의 업무 합리성, 자율성, 동기부여에 대해 각 직급별로 조사한 결과 임원들은 60점 이상의 점수가, 사원들은 20점 가량의 점수가 산출됐다. 상급자는 원래 조직이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젊은 세대는 왜 조직이 이래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회의감에 빠져 일하기 싫어증에 걸린 젊은 세대들과 자아도취에 빠진 상급자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소통'을 강조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솔직하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모르겠으면 질문하라는 것이다.

 

 

 

-왜 기업은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할까?

 

얼마 전 IMF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례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장 둔화, 고용 창출 실패, 높은 가계대출, 출산율 하락 등 문제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인재 양성에 적신호가 켜진 지도 오래다. 지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국제성인역량(PIAAC) 지수에서도 한국 성인들의 읽기, 쓰기, 수리, 정보통신기술 활용은 평균을 상회하거나 큰 차이가 없지만 직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는 정도는 33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2017년 중앙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75%가 인사평가 결과를 불신하고, 조직발전 공헌도보다 상사에 대한 충성도를 우선시하며, 조직 전체보다 부서단위 이익기여도 중시, 업무 과정보다 결과물 중시, 안전하고 보수적인 업무태도를 중시해야 인사평가를 잘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창의성, 어떻게 기르나?

 

기업과 구성원간의 관계 재정립 :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이나 지위에 따른 권위주의나 특권의식을 축출하고 구성원들의 인격과 개인적인 삶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또한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 의사소통을 해 나가야 한다. 타인을 존중하는지 여부는 듣는 태도와 행동으로 쉽게 확인된다. 소통하지 않는다면 존재감이나 소속감을 결코 경험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지금의 세대는 예전처럼 알아서 큰 세대가 아니라 보살핌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 삶에서 직업이 갖는 의미가 이전보다 약화됐으며, 강압보다는 설득이 더 효과적인 세대이다. 인정할 부분을 찾아 칭찬해 주고 더 잘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일하는 방식 개선 : 먼저, 자율성을 극대화 해 권한을 위임하고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일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주고 일상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도록 도와야 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기반으로 정보가 최대한 공유되도록 하면서 각자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제시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구글에서는 회의에서 리더가 25% 이상 발언을 하면 평가에서 감점한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는 취지이다. 일한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나누기 위한 도구 이상으로 우리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다듬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일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하면서, 이런 자료들이 축적됨에 따라 조직의 자산이 되게끔 한다. 구성원은 물론 리더의 역량에 대해 평가하는 다면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존중, 쌍방적 의사소통, 자율성 고양을 잘 하는 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처음부터 제도화하기 보다는 서로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원들은 평가에 대해 불신을 갖는다.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이 지향하는 바를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고 상급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잘 알아보고 평가를 잘 하는지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평가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조정위원회나 외부 기관에 평가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의뢰하는 등의 제도적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많이 시키는 대신 믿고 맡겨라 : 조직을 위해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구성원이 많아지도록 자율성을 살리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테면 관리자가 없거나 최소한인 조직을 만들는 방안이 있다. 썬 하이드로릭스Sun Hydraulics, 밸브Valve, 고어, 모닝 스타, 자포스 등은 이미 이러한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채용과 해고, 프로젝트 선정 등을 구성원들이 결정하고 있다. 투명성, 책임이 따르는 자유, 활발한 의사소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적절한 인재 등용은 이들 기업의 주된 성공요인이다.

 

 

- CJ그룹, 창의성을 말하다 _ 김진용 CJ인재원 상무

 

CJ그룹이 설탕을 제조하는 전형적인 식품회사에서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기반은 바로, '창의성'에 있다. CJ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창조정신을 강조했으며, 이는 인재, ONLY ONE, 상생을 강조한 경영철학으로 이어져 왔다. 이 중에서도 창조정신을 이은 ONLY ONE의 철학은 CJ그룹의 지향점을 '최초, 최고, 차별화를 추구해 핵심역량을 갖춘 1등 기업'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러한 정신은 일하는 방식에서도 발휘되며 신입사원에서 경영진에 이르는 전 구성원들에게 적용된다. CJ그룹 구성원들은 지금 일하는 방식이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인지, 만약 새로운 업무방식이 아니라면 최고의 방식으로 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최초도 최고도 아니면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별화해 나가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CJ그룹은 현재 식품 제조는 물론 바이오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물류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창의성이 발휘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와, 국내에 없던 방식을 처음으로 가져와 헬스앤뷰티 사업으로 발전시킨 '올리브영', 재료를 으깨는 것이 아닌 다져서 만드는 방법을 처음으로 사용해 세계인에게 각광받고 있는 식품 브랜드 '비비고', 제작자에게 최대한의 자율을 부여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도록 해 히트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tvN' 등이 있다.

 

 

-CJ그룹이 창의성을 북돋는 방법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북돋기 위한 CJ그룹의 노력은 신입사원 입문교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CJ그룹 신입사원들은 다함께 제주에 모여 2주간 CJ그룹의 경영철학과 성공사례에 대해 배운다. 교육을 마치고 서울에 위치한 연수원에 오면 신입사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온리원 페어'에 참여하게 된다. 신입사원 8~10명이 팀을 구성해 약 한 달간 자율적으로 디자인씽킹 기법 등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해서 프로토타입까지 만들고 경영진 앞에서 발표도 한다. 여기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낸 경우 시상하고 해외연수의 기회도 제공한다. CJ제일제당의 라이스푸딩이나 비빔밥을 콘의 형태로 만든 비비콘 등은 온리원 페어에서 나온 대표적인 아이디어들이다.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각 계열사 별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블로썸 아이디어 랩Blossom Idea Lab', 올리브네트웍스의 '플레이 랩Play Lab', CJ오쇼핑의 '영스타팀Young Star Team', 올리브영의 '레볼루션Revolution' 등 다양한 형태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 임직원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본인이 사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사 차원에서는 5년마다 한 달 가량 휴가를 쓸 수 있는 '창의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이미 2000년부터 시행해 완전히 정착된 '님' 호칭, 유연근무제, 정시퇴근 등 유연한 조직문화 만들기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기업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가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기업은 생존하기 위해 창의성을 중시해야만 한다.

 

이현아 HR Insight 기자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5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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