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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2019-05-21


 

 

작년 9월 이후 국회에 묶여 있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2 27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개정안으로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졌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부터 대책까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게 됐다. 법안의 시행일은 올해 7 16일부터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에서는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몇 가지 유형을 참고해 우리 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 가이드라인을 정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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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술자리를 만들어라"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 "사유서를 써와라" 등 반복적으로 술자리를 갖자는 말을 하고 시말서, 사유서를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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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장기자랑을 준비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점심시간 등 휴게시간까지 연습을 지시하고 가면이나 복장까지도 개인이 준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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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본인의 대학원 박사 학위 논문 작성을 직원에게 시키고, 개인적인 외부 강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작성, 자료수집 등의 업무를 근무시간에 직원에게 시켰다. 이로 인해 직원은 근무시간도 부족해 집으로 가져가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위 내용들은 그동안 기업에서 암암리에 행해진 모습들이다. 직원들은 기분은 나쁘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야했고, 혹 불만을 표했다 해도 '적당히' 대화로 풀거나 오히려 조직 생활을 못하는 직원으로 찍히곤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행위에 엄격한 법적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발표


간호계의 '태움 문화', IT업체 사업주의 폭행,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 23일부터 9 7일까지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답변이 전체 73.3%에 달했다.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했다는 답변도 12%를 기록했다. 가해자 유형으로는 상급자가 42%로 가장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수직적 상하관계 하에서 이뤄진 일임이 나타난 것이다. 임원-경영진(35.6%)과 동료직원(15.7%), 고객(10.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정책 과제로 선정했다.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수립하고 나섰고 마침내 지난 2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전까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일부 특정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제제규정을 개별법으로 둔 것으로 대응해왔으나 이러한 체계는 다양한 양상의 괴롭힘을 포섭하지 못해 이를 예방하고 감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당 규율을 위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된 매뉴얼을 살펴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 ▲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 전보 등 인사조치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는 여성에 대한 괴롭힘 ▲임금-근로시간과 관련한 괴롭힘 등 근로기준법적 사항 ▲폭행, 상해 ▲모욕, 명예 훼손 ▲협박, 강요 ▲성폭행, 성추행 형법으로 규율되는 사항이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난임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모성보호 관련 괴롭힘이나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전반 등으로 그 영역이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폭행행위나 협박은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되고 폭언이나 욕설, 험담 등 언어적 행위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등 제 3자에게 전파되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라 판단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혹 그렇지 않더라도 지속, 반복적인 폭언과 욕설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범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직장 따돌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무시, 배제 등도 해당된다.


어떤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일까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여부는 당자사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행위 내용 및 정도, 행위의 지속성 등이 고려된다. 이때에는  크게 3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지위의 우위 또는 관계의 우위이다. 우위란 피해근로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운 개연성 높은 상태를 말한다. 즉 행위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행위 했는지가 판단되어야 한다. 직장에서는 상사나 직급체계상 상위에 있는 이를 일컫는데, 행위자가 이를 이용했다면 지위의 우위성이 인정된다. 관계의 우위는 개인 대 집단, 연령-학벌-출신지역의 등 인적속성상 우위, 조직 내 업무 영향력 등이 모두 적용된다.


두 번째는 업무관련성과 업무상 적정범위를 지켰느냐로 판단된다. 문제된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상사가 내린 업무 지시나 명령에 불만을 느꼈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 상사의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이 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가 어렵다.


세 번째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근무시간을 악화시키는 것이란,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근무공간을 통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지정해 근로자가 업무를 하는 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닌 곳이라 판단될 때도 괴롭힘으로 여겨진다. 또한 행위자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그 행위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면 인정될 수 있다.


기업의 구체적 대응방안 부족한 상태 


이론적인 정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HR차원에서는 어디까지를 괴롭힘으로 봐야 하는지, 직원들이 괴롭힘을 받았다고 호소할 때 '괴롭힘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기가 모호한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서 구체적인 유형을 분리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 1>을 보면 소소한 내용까지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행해졌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괴롭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지만 우선 각 기업별로 상황에 맞게 취업규칙 등을 통해 정하고 이에 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이나 제제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는 대신 취업규칙 필수 기재사항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에도 상당한 법적,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 국회 환노위에 따르면 괴롭힘 1건당 손실액은 1548만원에 달했다. 피해자 결근(630만원), 대체인력 비용(275만원), 직속 상사 시간소비(537만원), 조사비용(105만원) 등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의 인사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인사보다는 노무나 법무에서 담당하는 편"이라며 "과거 조직 구성원 간의 갈등 문제가 있긴 했지만 '괴롭힘'으로 정의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직원 교육이나 안내를 별도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른 대기업의 상황도 비슷했다. 다만, 아직은 법률 개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올 상반기 이를 알리고 교육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업의 인사임원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유입되고, 일하기 좋은 기업을 추구해 나가는 노력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직장 내 괴롭힘 법안까지 통과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은혜 HR Insight 기자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4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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