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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2019년 글로벌 HR 이슈 및 대응방안

2019-03-11


 

최근 조직-인사관리 전문 컨설팅 기업 콘페리Korn Ferry에서 흥미로운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P&G, Microsoft, Kraft, BCG, Pepsico, Disney 등 유수의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는 HR담당자들이 당면한 HR 이슈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조사였다. 다양한 HR 영역 및 이슈를 Time Frame(과거 5년간 vs. 현재 vs. 향후 5년간)으로 구분해 정리한 조사에서 글로벌 인력운영 이슈의 초점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앞으로 국내에서 HR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직면하게 될 고민과 같은 흐름이었다.

 

HR 이슈의 변화


 

<표 1>의 결과에서 보듯 과거 5년간 HR은 구성원들이 이미 만들어진 HR제도를 어떻게 따르도록 할 것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때문에 인력 운용 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했고 생산성과 인력 이탈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들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짜 둔 구조에 구성원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HR이 존재하는 목적, 즉 구성원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쪽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고서에는 "A shift from structures to talent"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에 필자는 공감할 수 있었다.

 

미래 리더 개발

향후 HR담당자들의 관심은 크게 3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우수 인력을 뽑고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와 향후 5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으로 '미래 리더 개발' '효율적인 인력 계획'이 공통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인력의 내-외부 유입과 관련이 있다. 사업 추진에서 인력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특히 사업이 새로운 영역일 때 그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조사에서는 HR이 전략 달성의 조력자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재를 미래의 리더로 키우거나 우수한 외부 인재 유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내-외부의 인력을 관리하고 사업과 인력을 연결하는 것이 응답 중 하나인 '효율적 인력 계획'의 영역일 것이다. 이러한 HR의 고민은 특정 기업의 것으로 국한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시대 흐름 속에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직무가 무수히 생성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은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힘들다. 아직은 직무의 자격 요건부터 정의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 후의 영역인 내부 관점의 개발이나 외부 관점의 인력 유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본사의 문제로 보고 해결을 위해서는 본사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한국 기업들의 해외법인들은 본사의 강력한 통제 하에서 원하는 기능을 정확하게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위의 역량 집중 압박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사의 역량 치중 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우선 해보고 해외로 확산하는 기존의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원하는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외부 인력을 한국으로 데려와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도 적잖이 실패해왔다. 때문에 이제부터는 근무지역에 상관없이 해외 법인에도 인재 채용-육성 등의 압박이 내려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연구소 등을 M&A 한다는 소식을 최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는 기존 GHR 영역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국내의 HR 이슈와 글로벌 HR의 이슈가 결합되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다.

 

인건비에 대한 인식 변화

두 번째는 인건비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과거 인건비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줄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앞으로 효율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인력에 대한 투자수익 제고'라는 응답에서 확인할 수 있듯 투자, 즉 인건비 대비 수익 또는 성과를 얼마나 창출하는지가 효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바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직원들이 낮은 보상 수준을 계속 인내하도록 하는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직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적정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되 구성원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신 인건비 절약의 방식을 효율적인 인력 계획에서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채용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휘둘림 없이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갖는 것이 적정한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HR에서 인건비와 인력계획은 깊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인건비는 항상 이슈가 되기는 하지만 반드시 줄이고 억제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은 변함이 없다. 효율적인 인력 계획Efficient workforce planning의 유사한 개념인 SWP(Strategic Workforce Planning)는 본사의 고민영역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고, 해외 법인의 인력 계획은 설립 초기나 생산라인이 증설되는 시점에 인력들의 채용 시기를 관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인건비와 무계획적인 인력운영에 따른 수행 기능 저하는 주재원들의 적극적인 헌신으로 메우기 마련이었다. 현지 인력이 빠지면 비슷한 현지 인력을 찾아 채우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5년 된 법인이나 10년 된 법인이나 20년 된 법인의 인적 역량과 일하는 방식의 차이는 그리 클 수 없었다. 하지만 법인의 진출 시기가 오래될수록 법인 현지화-주재원 축소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일정 주기로 부임하는 주재원의 존재 자체가 주는 현지 인력에 대한 동기부여 하락 효과, 높은 주재원 운용비용, 본사의 관리 부담 등이 그러한 압박의 요인이었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해외법인들이 업무의 공백 없이 효과적으로 현지화-주재원 축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인력의 육성-채용을 포함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여전히 중요한 성과관리

세 번째는 성과관리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다. 효과적인 성과관리 프로그램 설계, 성과 향상-효과적인 성과관리 프로그램 설계는 3개의 Time Frame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이슈였다.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HR이 성과관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GE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성과관리 공식이 최근 힘을 잃으면서 해당 고민이 부각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방식에서 이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수시평가, 다면평가, 절대평가 등의 방식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느 방식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지는 모르지만 대세로 불리는 흐름이 오기 전까지는 HR의 모든 인력이 성과관리의 변화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표 기업사례로 본 인력 이슈 대응방안

성과관리에 대한 고민을 제외하고 인력 운용과 관련해 해외로 법인을 다수 진출시킨 국내 회사와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대응은 비슷하다.

 

첫 번째는 포지션을 구분하는 것이다. 주재-파견인력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포지션, 점진적으로 현지화를 고민해도 되는 포지션, 현지 인력을 활용해야만 하는 포지션 등 그 구분은 법인의 특성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부분 현지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직무, 인사 등 현지 노동법-인력 특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포지션들이 현지화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재무 등 본사의 경영성과에 영향을 주거나 본사의 가이드에 따른 관리가 필요한 포지션들은 주재-파견인력이 수행하게 된다. 조직의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도 HR은 해당 작업을 통해 전략 달성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존재하는, 혹은 앞으로 존재하게 될 포지션 모두에 대해 인력운용 방식에 대한 정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지 인력의 수준을 점검하는 것이다. 현지법인의 현지 인력 수준을 점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주재원이 맡고 있는 포지션이 현지의 유사 직무와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를 내고 리더로서 직원들을 육성하는 부분은 비슷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현지 인력의 역량이 더 우수한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주재원이 수행하는 업무는 상위의 본사 혹은 지역본부에 있는 기능별 지침을 받아 전파하거나 자료를 교환하는 업무, 조직의 전략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구성원을 이끌어 나가는 업무 등이 포함돼 있다. 본사의 영향력이 큰 한국 기업에서는 앞의 성과 창출이나 직원 육성의 비중보다 이러한 업무의 비중이 높기 마련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주재원 업무에 대한 정의를 최대한 세분화하고 현지 인력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직무적-인력적으로 정보를 구체화했다면 그에 따른 인력계획을 세우고 운영하는 것이 마지막이다. 직무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시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현재 인력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운영 방식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 때는 내부적인 정보만큼 외부 인력시장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외부에서 맞춤한 인력을 찾기 어려운 경우 내부에서 육성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기 때문이다. 내부 육성 vs. 외부 충원의 방향과 충원 시점이 결정되면 그에 따른 인력 개발 지원, 외부 채용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각기 방식을 운영함에 있어서 국내 회사와 다국적 기업의 진행 방식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인력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전히 차이가 있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지역별 인력'과 '글로벌 핵심인재'로 구분되어 운영되는 반면, 국내기업은 '국내인력' '현지인력' '현지 핵심인력'으로 나눠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현지 핵심인력은 여전히 국내인력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때문에 여전히 현지 인력이 본사에서 일하거나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며 처우 등도 모호하게 정의된다. 지역에 상관없이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다국적 기업과 비교하면 직무를 정의하는 방식, 인력 수준을 점검하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실제 운영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HR 측면에서 필요한 본사의 역할 변화

과거 대비 글로벌 HR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다. 인건비가 낮은 중국, 동남아, 동유럽 등의 국가에 생산법인이 진출하고 시장이 크거나 진출에 의미가 있는 미국, 독일 등의 국가에 판매법인이 진출하는 것이 전통적인 해외 진출 전략이었다. 때문에 과거 글로벌 HR은 특정 국가의 특성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초기 해외법인의 진입을 환영했던 대부분의 국가에서 빠르게 인건비가 상승했고, 노동 환경 개선 요구가 생기면서 초기 진출의 매력이 빠르게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 내에서 물건 생산을 종용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있어 선진국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점점 더 인건비가 싸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진출할 필요가 생기거나, 선진국 등 전략적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지역들이 생기면서 글로벌 HR의 고민이 진화하고 있다. 특정 국가를 이해하는 기존 방식만큼이나 글로벌 HR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현지 인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떠한 영역을 글로벌 HR의 영역으로 보고 어떠한 영역을 로컬 HR 영역으로 볼 것인가, 그러한 변화를 위해 본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등이 이 그림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본사가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때 다양성이 높아지는 글로벌 HR의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식 콘페리 헤이그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