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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매거진

인력과잉 시 효율적인 인력운영 방안

2018-10-31


 

최근 노동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 되고,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됨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업자 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해 약 112만 명을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이 18년 만에 가장 높은 4.0%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10.5%(2018년 6월 기준, 통계청)를 나타내는 등 노동시장의 불균형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으로 사람, 기계, 지능, 데이터, 서비스 등이 모든 분야에서 상호 연결되어 있는 가상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로봇과 AI의 역할이 늘어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인류에게 제시되고 있다. 그 결과 단순반복적인 사무행정과 저숙련, 저소통 분야의 업무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강조되는 영역에 한해서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HR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HR 2.0' 시대의 한계를 넘어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HR은 전략적 관점에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화와 비전의 달성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에 과학적 통계분석이나 업무량에 기반한 적정인력 규모의 산정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사업의 전략목표 달성에 필요불가결한 최적 인재의 확보, 육성, 배치 활동을 적시에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HR 3.0'에서는 사업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인재의 모습을 정의하고, 비즈니스 영역별 핵심 기능의 수행에 적합한 인력수요를 파악해 이를 적시에 공급하는 전략적 인재관리의 기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시로 경영 리스크가 발생돼 인력의 공급이 과잉상태에 도달했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한 합리적이고 유연하며, 궁극적으로 훌륭한 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조치 방안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전략적 HR의 관점에서 인력의 과잉이 발생했을 때 보다 현명하고, 바람직한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구조조정의 개념과 이해

우리는 흔히 구조조정이라 하면 인력규모의 조정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가장 쉽고, 단기간에 비용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기업 차원에서의 구조조정을 고용조정으로만 범위를 좁혀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넓은 의미의 구조조정은 환경변화에 대응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전사 차원에서의 사업 전환, 경영혁신, 조직 개편, 업무프로세스의 변경 등을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구조나 수익구조의 개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조정이나 다운사이징Downsizing 등 사업구조의 정비, 사외이사 선임이나 전문경영인 체제전환 등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 등이 모두 구조조정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다양한 혁신활동이라는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이해한다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 또한 고용의 조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노동의 유연성을 이해할 때 노동 투입량에 대한 조정만을 의미하는 양적 유연성에 집착하면 고용조정 또는 정리해고가 유일한 방안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역량이나 직업능력 개발 등을 통해 조직의 다른 부문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기능적 유연성이나 기업의 경영성과, 개인의 성과 또는 해당 직무의 가치나 개인의 능력 등 합리적인 임금 결정 요인에 기반해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임금유연성 역시 노동유연성의 범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구조조정 활동을 넓은 의미의 혁신활동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당 구조조정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 후 전략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HR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력 구조조정을 양적으로만 접근할 경우 기업에 남은 구성원들에게 사기 및 로열티 저하, 체념과 불안감 등이 교차하는 소위 '생존자 신드롬Survivor Syndrome'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최후적 방법으로 선택하고, 사전적으로 적용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용조정을 최소화하는 인력운영 방안

인력의 과잉현상이 발견되는 경우 기업들은 곧바로 감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핵심인력을 유지하고, 근로자들이 조직에 대한 신뢰나 로열티를 상실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표 1>은 그러한 노력의 방안들이다. 이하에서는 <표 1>에서 제시한 방법들을 활용해 인위적인 인력의 조정 없이 위기를 잘 극복한 기업의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력재배치를 통한 대응 : 몬트로즈 트래블

미국의 여행사인 몬트로즈 트래블Montrose Travel은 1990년대 초 걸프전 등으로 인한 불황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바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몬트로즈 트래블은 인력을 감원하는 대신 수익성 없는 거래들을 과감하게 끊고, 영업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발굴해 판매부서에 재배치시켰다. 또한 관리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판매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와 보상제도를 개선했다. 그 결과 회사는 여행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력을 축소시키지 않았으므로 호황기를 맞았을 때 불황기 동안 충분히 육성된 인력들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까지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 :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경우 90년대 초반 유럽 자동차산업 침체로 약 30%의 유휴인력이 발생했고, 이에 3만여 명 수준의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량해고는 사회적으로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판단 하에 회사가 노동조합에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했고, 노동조합이 이를 받아들여 '93년, '95년 두 차례에 걸친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했다. 이 때 주 4일 근로제를 도입해 근로시간을 주당 28.8시간으로 줄이면서 임금을 10% 삭감했으며, 2주간의 특별유급휴가 및 휴가수당지급은 폐지했고, 대신 협약유효기간 중에는 경제적인 이유에 의한 고용조정은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잘 극복해 내고, 독일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바 있었다.

 

아웃플레이스먼트의 바람직한 운영방안 : P&G

감원을 피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감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 P&G와 같이 상시적인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매우 효과적으로 운영해 온 기업도 있다. P&G 구성원들은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물론이고, 내부 직원들의 경우에도 일상적인 구조조정을 매우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제도로 인식하게끔 유연한 운영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P&G의 상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던 어떤 사람이 제시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당시 경영진이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사업화 해 성공한 상품이 바로 그 유명한 Ivory 비누였다. 뿐만 아니라 P&G 퇴직자 모임에는 짧게는 1년 전부터 길게는 30년도 더 이전에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이 만나 활발히 교류하며, 영원한 P&G 맨으로써의 로열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P&G의 유연한 인력의 관리방안이 단순히 사람을 내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상황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각 개인이 인적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인사관리 철학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인사 철학은 한국P&G에서도 유효하게 실천된 바 있다. 한국P&G는 1999년 약 250여명의 구조조정의 대상 인력들에 대해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1:1컨설팅을 실시했으며, 재취업 희망자에 대해서는 구인기업 분석, 교섭전략의 수립, 성공적인 전직 전략 등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창업희망자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서 작성 지원 및 기타 창업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전직지원센터에 등록한 인원 중 상당수가 재취업과 창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었다.

 

인력감원 없는 구조조정의 실현 : 한국전기초자

한국전기초자는 1997년 말 부채비율 1,114%, 차입금 3,500억 원, 당해 연도 경영적자가 598억원에 이르는 사실상 회생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이 부임하면서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사 대타협을 통해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책임진다'는 노사실천 결의문에 합의했다. 이후 회사는 고용 조정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제품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며, 사무관리직 근로자를 대폭 축소한 후 남는 인력들을 해외수출처 확보 업무에 투입하고, 과감한 공정개선을 통해 생정공정의 인-라인화 및 단순화를 실현한 생산라인의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나아가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인력 재배치 및 1인 3가지 이상의 다기능화 추진, 단기 고금리 차입금을 장기 처리 차입금으로 전환한 후 무차입 경영을 추구하는 금융구조조정 등 모든 부분의 혁신을 노사가 함께 실천해 왔다. 그 결과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부채비율이 37%로 줄고, 영업이익이 1,716억 원으로 완전한 턴 어라운드Turn Around를 실현해 내는 경이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상 경영위기를 극복한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인위적인 인력규모의 조정은 최후 수단으로 활용하되, 조직구성원을 인력이 아닌 인재로 인식하고, 이들의 육성과 성장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HR의 원론적 교훈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프트파워'를 갖춰야 하는 만큼 HR 패러다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적정인력(그 적정성 여부에 대한 신뢰도 불충분하지만)의 규모를 넘어서는 상태가 됐다는 이유로 과잉인력 부분을 조직 외부로 배제해 비용 효율성만을 높이려는 시도는 'HR 2.0' 시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P&G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 내부에 있던, 외부에 있던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향상과 성장의 관점에서 수요자 중심의 HR운영체계를 갖추고, 비즈니스 성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네트워킹과 협업 등을 이루어 낼 수 있다면 진정한 고용의 유연성과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시대의 HR에서 인력운영은 그 양적, 비용적 측면을 넘어 개인의 인식과 질적 성장 측면, 조직 문화적 측면 등에 초점을 맞춰 해당 기업의 전략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략적이고 유연한 HR의 패러다임을 실천할 수 있으며, 소프트파워를 가진 인재 육성을 통해 해당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명환 (주)이언그룹 HR컨설팅 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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